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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다른것이 되어 돌아오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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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다른 것이 되어 돌아오는 것들이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거리 속에서 좀처럼 쉴 곳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거리의 즐거움이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아 어깨가 움츠러든다. 그러 다 마주친 책방은 더욱 반갑다. 책방은 책을 팔지만 꼭 책을 사기 위해 들어가 진 않는다. 그런 허술한 매력이 있는 공간이기에 마음 놓고 발을 들이게 된다.


책방이 문을 열었다.


반석동은 걷기 좋은 동네다. 반석동 중심으로 흐르는 반석천 주변이 특히 예쁘다. 벚꽃나무와 개나리가 심겨 있어 봄꽃이 피는 날엔 괜한 핑계로라도 걷고 싶다. 이런 반석천 옆, 반석초등학교 근처에 예쁜 카페거리가 있다.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건물이 적당히 낮아 한눈에 풍경이 들어온다. 이 거리 끝애 책방 하나가 문을 열었다. 길을 걷다 발길이 멈추게 되는 순간이다.

"마음 닿는 날 놀러 오세요."

'책방채움' 신선영 대표의 인사말이다. 마음과 위로를 채우는 곳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책방 이름을 지었다. 책장에는 에세이와 그림책이 주로 꽂혀있다. 책장 균형이 잘 맞는 공간이다. 책들은 유난히 튀지도 가려지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마음에 드는 책을 찾기 위해 잠시 여유를 가지고 책방을 둘러본다. 위로와 돌봄 그리고 나눔이란 주제로 책장을 채웠다. 책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이곳에 들어 와 꼭 책을 사진 않아도 된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읽는 것도 가능하다. 신선영 대표는 누구든 놀러 와 마음 놓고 책을 읽었으면 한다. 책방엔 책 읽기 좋게 긴 테이블이 세 개 있다. 커피도 저렴하게 판매한다. 매번 책만 읽고 가기 미안하다는 손님을 위한 배려다. 책방은 건물 1층에 있어 햇살이 잔잔히 들어온다. 딱 책 읽기 좋은 정도다.

책방은 올해 5월 1일에 문을 열었다. 5월의 첫 날, 오픈 날짜에 큰 의미가 있었나 싶었다. 명확히 언제 오픈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저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는 마음이었다. 4월에 책방 간판을 달자 동네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언제 문을 여는지 문의 전화가 많았다. "그럼 다음 달 첫 날, 문 열게요"라는 약속을 했다. 그렇게 5월 1일, 책방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정말 처음 문 연 날, 많은 분이 기다렸다며 찾아와 주셨어요."


책방은 가끔 다른 것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오픈 전에는 어떻게 운영할지, 과연 얼마만큼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오시는 분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이번엔 뭘 할지 고민해요. 오픈 하기 전 과 후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반석동에서 책방을 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책방으론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동네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정말 책방이 걱정되는 마음에 물어보는 손님도 있다.

“혹시 이 건물 주인이신가요?”

물론 건물 주인은 아니다. 그래서 책방을 열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책방은 열고 싶었다. 책방은 신선영 대표에게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그녀는 경기도에서 사회복지사로 10년을 일하다 아이를 위해 퇴사 후 대전에 내려왔다. 타지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웠고 의도치 않게 외로운 날들을 보냈다.그때 미친듯 많은 책을 읽었다. 아픔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법정스님의 말이에요. 사람이 사람의 냄새를 잃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볼 수 있는 책을 읽으라고요.”

책을 읽으며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되든 안 되든 책방을 열어 보자는 것.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치열히 준비했다. 처음 준비하는 사업이라 걱정도 있었지만 주위에 많은 도움이 있었다. 때 맞춰 2018년에 처음으로 대전에서 열렸던 ‘서점 학교도 수료했다. 특히 유성구의 독립책방 ‘우분투북스’ 대표가 책방 선배로 많은 도움을 줬다. 그렇게 책방 문을 열었고 벌써 1,111권 이상을 판매하며 책방채움은 활발히 운영 중이다.

책방엔 아이들이 많이 놀러 온다. 여름에는 책방 근처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물총싸움도 했다. 책모임을 진행하고 소모임도 하나씩 늘렸다. 그러나 이 많은 활동을 모두 신선영 대표가 기획한 건 아니다. 모두 책방이란 공간이 좋아 내가 가진 것을 나누다 생긴 일이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학교는 신선영 대표 친구가 재능 기부로 운영한다. 소모임 클래스도 책방을 좋아하는 분들이 프로그램을 요청하거나 직접 자원해서 강의를 진행한다.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누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요.”

때로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와 ‘책방에 놓으면 좋을 것 같다’며 추천해 주는 손님도 있다.팔리는 책을 더 가져다 놓자며 함께 책방을 고민해 주시는 사람도 있다.책을팔기 위해 문을 열었지만 생각지 못했던 인연들로 공간을 채워 간다. 주위에서 책방을 아끼는 사람이 늘어난다. 가게 문을 열기 전엔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곁을 내준 공간


책방은 책을 팔지만 꼭 책을 사기 위해 찾진 않는다. 아이들은 책방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장난감을 찾으러 온다. 누구는 오래도록 앉아 논문을 쓰기도 하고 내가 가진 무언가를 나누기 위해 찾기도 한다. 책방엔 책이 먼저 자리 잡았지만 그 나머지 공간은 사람으로 채운다.

한번은 신탄진에 사시는 할머니가 책방에 들러 한 작가의 책을 구매해갔다. 몇 달 후, 할머니는 작가의 신간도서가 나왔다는 소식에 책을 사고 싶다며 다시 책방을 찾았다. 지하철, 버스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 말이다. 할머니는 작가를 알게 된 곳에서 새 책을 사고 싶었다고 했다.

온라인 주문으로 하루 만에 집에서 책을 배송 받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럼에도 우리는 굳이 발걸음을 옮겨 책방을 찾아가곤 한다. 그럴 땐 꼭 책을 사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신선영 대표도 이곳을 사랑해주시는 손님에게 모든 것을 열어둔다고 한다. 이곳에 방문하는 이유는 책방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책방인 만큼 예쁜 그림책도 많다. 신선영 대표에게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골라 달라 하니 베로니크 뷔르가 쓴 《체리토마토파이》를 추천해 준다. 책에는 수많은 인덱스가 붙어 있다. 아흔 살 할머니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노년의 행복과 슬픔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가 담겼다. 책방에서 매달 하나의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쓴 책을 "짝꿍 책'이라 해서 소개해주고 있다. 이번 달은 죽음이 주제다. 책장 한 편에 《체리토마토파이》와 실비아 반 오먼의 《사탕》이란 책이 나란히 놓여 있따. 예쁘고 위로가 되는 공간에서 죽음을 말한다는 것이 낯설다.

"날이 좋은 날, 떠나간 이가 그리운 법이니까요."

한창 즐겁게 이야기하던 신선영 대표가 조용히 말했다. 마침 적당한 가을 햇살이 책방 안을 비추는 좋은 날이었다. 묘한 안정감이  책방을 감쌌다.




글. 사진 황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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